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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이름으로

샤이니의 종현이 아낌없이 열정을 바친 새로운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느낌표가 되든, 물음표가 더 많아지든 개의치 않을 기세다.


종현


하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상상을 즐겨 하는 모습이 소년 같다.

소년처럼 보이는 건 큰 칭찬인 것 같다. 아이돌이고, 아티스트라는 특성상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면죄부(?)를 받기도 해서 애처럼 굴 때도 있는 것 같다. 조심성이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대신 이제는 사회생활 경험이 꽤 있기 때문에 허용 가능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소년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 


오늘 촬영은 어땠는가?

야외 촬영이 오랜만이어서 새로웠다. 곡 작업이나 공연이 아닌, 화보 촬영은 내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각주:1] 나를 위해 준비한 것들을 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패션은 나의 업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더 즐길 수 있다.


패션과 음악은 함께 간다.

맞지만, 내가 타고난 천성은 음악이다. 글 쓰는 것, 음악 하는 것 이외에는 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능성도 열어두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게 워낙 확고해서인지 음악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자신에게 다른 걸 할 시간이 어딨냐고 스스로를 책망할 정도니까.


어느덧 데뷔 8년 차다. 샤이니뿐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앨범은 낼 만큼 성숙했다.

앨범을 내는 건 설레는 일이다. 이번 앨범은 하고 싶은 곡들을 담아 더욱 의미가 깊고, 장르적인 부분에서도 통일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지난 미니 앨범이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출사표였다면 이번 정규 앨범은[각주:2] 어쿠스틱 사운드를 바탕으로 감성적인 면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후 1년 4개월의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장르, 사운드, 이야기를 찾아 음악적 방향성을 구체화시킨 게 바로 이번 앨범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티스트 김종현의 가장 큰 매력은?

샤이니 멤버라는 것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하하).


앨범 수록 곡 중 애착이 가는 것은?

‘화이트 티셔츠’. 노래 가사에는 롤링 스톤스 티셔츠를 입은 여자가 예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직접 작업한 곡은 아니지만 들었을 때 유머러스하다. 사실 내가 만든 곡들은 모두 힘들게 작업해서 하나만 꼽을 수 없다.


곡을 만들 때 어떻게 영감을 얻는가?

지난 소품집은 오롯이 나의 이야기들이었다. 반대로 미니 앨범이나 정규 앨범은 트렌디한 사운드의 곡들로 작업한다. 유행하는 음악 장르에 대한 연구와 시도를 바탕으로 상상의 이야기를 꾸며나간다. 단순한 생각을 살짝 바꿔도 음악은 전혀 달라진다.


노래나 공연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장소에 따라 다르다. 특히 솔로 앨범 공연에서는 프로듀싱까지 하기 때문에 포지션과 에너지 소비 면에서 모두 샤이니로 공연할 때와 차이가 있다. 소극장 공연이라면 관객 개개인과 소통하려 하고, 큰 공연장에서는 퍼포먼스나 에너지를 어떻게 방출하느냐를 고민한다. 무대가 넓으면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에너지를 전달하여 관객들이 화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사 작업 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하는 노력은?

문맥이 맞아야 한다. 즉, 말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나 할까. 의도적으로 존댓말과 반말을 섞는 식은 괜찮지만, 리듬에 맞춰 발음을 살리거나 음절을 맞추려고 문법에 맞지 않게 가사를 쓰는 걸 참지 못한다.


편집증처럼 들린다.

어떤 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편집증에 걸린 남자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하하). 뮤직비디오를 보면 문을 열 때 손잡이도 못 만지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흰 선만 밟는다.


이번 앨범 공개를 앞두고 샤이니 멤버들은 뭐라 하던가?

샤이니 멤버들은 각자 열심히 활동하지만 여유가 있는 편이라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다. 어른스럽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 ‘알아서 잘했겠지’ 하며 묵묵히 응원할 거라 본다.


ⓒDAZED & CONFUSED: 텍스트 오유라, 패션 강윤주, 포토그래피 안연후

  1. “화보의 대상이 나일 뿐 내가 주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 화보는 시각적인 부분이라 제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요. 스태프들을 믿고 가는 편이에요.” 2015년 11월 Esquire [본문으로]
  2. 이어지는 설명은 이번 정규 앨범이 아니라 소품집 [본문으로]

번역: 쫑뷰(본문 내 괄호는 모두 원문에 있는 것)


SHINee: K-pop 신의 왕자 원문


한국인이 아닌 사람에게 K-pop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해 보라. 아마 총천연색 비주얼, 발레처럼 꽉 짜인 안무, 또는 극도로 실험적인 히트곡들에 관해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들의 조화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구현해내는 그룹, SHINee(즉, “shiny”)의 이름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2008년부터 쉬지 않고 달려오며 소년에서 청년이 된 5인조는 전 세계적으로 팝 음악계 최고 라이브 보컬리스트이자 댄서 중 하나로 성장했다 ― 그들이 어떻게 줄곧 그 둘을 동시에 하기를 고집해 왔는지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SHINee의 (다수의 미니 앨범과 일본 정규 앨범을 포함하지 않은) 네 번째 정규 앨범인 새 앨범 Odd는, 그들의 잘 다듬어진 독특함을 총체적으로 과시한다. “Trigger” 같은 곡은 그룹이 오랫동안 전념해 온 아방가르드한 모던 팝을 보여주는 반면, 타이틀 곡 “View”는 고급스럽게 쓰여진 곡, 기막힌 안무, 상쾌하고 생기 넘치는 팝 종합선물세트에 최신 댄스 음악의 트렌드(이번에는 하우스 뮤직이다)를 재해석하는 그들의 솜씨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또한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도 눈에 띄게 스타일리시한 그들은 한국 미디어에서 “SHINee 패션”이라고 일컬었던 스키니 진 열풍을 불러온 이후 새로운 모습을 꾸준히 실험해 왔다.


그들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서울 본사에서, 우리는 그룹의 송라이터이자 보컬리스트인 25세의 종현과 싱어이자 댄스 신인 21세의 태민을 만났다. 한국의 그 유명한 바쁜 프로모션 스케줄 사이에 잠깐 만났기 때문에 그들이 다소 정신없거나 시간에 쫓겼더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할 말이 아주 많았고, 최근 이틀간의 도쿄돔 공연의 매진과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로 한 10대 시절의 결정, 그리고 무엇이 K-pop을 다르게 만드는지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종현 씨는 SHINee의 신곡 “View”의 작업에 참여했어요. 딥하우스와 팝이 더해진 곡이죠.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종현 일단 저는 K-pop이 다른 문화권의 음악이나 장르에 비해 많은 복합적인 측면을 아우른다고 생각해요. K-pop은 단순히 음악뿐만 아니라 ― 댄스, 콘셉트, 뮤직비디오, 그리고 패션 등 그 이상의 것들을 포함하죠. 음악적인 면에서 딥하우스는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발전해 온 장르지만, 저희 노래 “View”는 K-pop에서 그런 사운드를 대중들에게 선보인 첫 번째 곡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 곡이 신선하고 세련되게 느껴지길 바랐어요. 뮤직비디오에서도 기존에 했던 것처럼 실내 세트장에서 찍거나 단순히 가사에 맞춰 립싱크를 하거나 하지 않았고요.

태민 안무 같은 경우, 저희는 새로운 어반 댄스 트렌드를 많이 가져오고 또 가장 핫한 안무가들과 작업하려고 해요. 이번에 작업한 Ian Eastwood처럼요. 저희는 안무와 음악적인 접근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요. 패션도 그렇고요.

종현 맞아요. 저희의 (이번) 패션 스타일은 다양한 올드스쿨 의상을 믹스한 거예요. 일종의 빈티지 룩이죠. 저희는 패션에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저희들 자신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새 앨범 Odd에서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요?

종현 저는 “View”와 “Romance”를 가장 좋아해요. 음악적으로 봤을 때 특이한 부분이 많거든요. 조성이 계속 바뀌는 게 진짜 멋있어요.[각주:1] 요즘 많은 대중음악들이 루프 기반인데[각주:2] 이 곡은 거기서 벗어나 있는 것 같아요. 진보적인 느낌이에요.


당신들은 종종 대중적인 팝 음악을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더 실험적인 곡들을 하기도 해요. 어떤 쪽을 더 좋아하나요?

태민 저희는 그냥 좋은 노래를 좋아해요. 한 장르 안에 저희를 가두는 대신 언제나 새로운 모험에 대해 열어두고 있어요.

종현 저는 저희가 그룹으로서 상당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저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을 것들을요. 그래서 저희가 함께 작업할 때는 모든 면에서 더 도전적인 것들을 시도해요. 우리가 그걸 해낼 수 있을지 물음표가 뜰 때도, 항상 도전하죠. 태민이와 저 같은 경우에는 솔로 앨범을 냈고 다음 앨범도 계획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솔로 프로젝트에서는 각자의 정체성을 좀 더 드러내더라도, 저희가 SHINee로 함께할 때는 다양한 색깔과 장르를 녹여내기를 원해요.


“SHINee로서 저희는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고,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섬세한 것을 해야 해요.” - 종현


종현 씨는 어렸을 때 어떤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나요?

종현 10대 시절에 The Neptunes나 Darkchild 같은 사람들의 음악에 푹 빠져 있었어요. 프로듀싱 스타일과 편곡 때문에 (The Neptunes를) 굉장히 많이 들었거든요. 그들의 드럼 사운드에 완전히 꽂힌 이후로 좋은 곡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리듬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어떤 악기 구성이든 특유의 그루브를 표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매료시켰던 것 같아요.


그때쯤 SM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 됐죠. 중학교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공연하다가요. 심지어 그땐 보컬도 아니었는데 ― 아이돌 연습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요?

종현 사실, 중학교 때는 아이돌이나 가수가 되는 꿈은 꾸지 않았어요 ― 그저 막연하게 밴드를 계속하고 싶다,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었죠. 시작은 무척 가벼웠어요. 오디션을 정식으로 준비하지도 않았고, "꼭 합격해야 해." 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재미로 간 거였죠. 운 좋게도 그게 기회로 이어졌어요.


(아이돌 연습생이 되는 것을) 좀 더 진지하게 여기게 된 순간을 기억하나요?

종현 제가 녹음한 걸 들었던 순간 훨씬 진지해졌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제 발전 과정을 제대로 들어볼 기회도, 녹음할 만한 기회도 없었거든요. (밴드로서) 연습도 하고 공연도 했었지만, SM에서 무언가를 녹음하고 그걸 제 귀로 들었던 건 너무나도 매력적인 경험이었어요.[각주:3]


(…중략…)


최근 도쿄돔에서 이틀간의 공연을 매진시켰어요. 110,000명 앞에서 공연했죠. 다음 커다란 목표는 뭔가요?

종현 아마 모두 다른 꿈을 갖고 있을 거예요. 그러나 SHINee로서는 저희가 계속 노력하고, 또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섬세한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수치나 규모에 관해서는 아무 욕심도 없어요. 다만 저희와 지금까지 함께해 왔던 분들과 새로운 것들을 이루어 나가고 싶어요.[각주:4] 도쿄돔 이후, 그곳에서 다시 공연하거나 그보다 더 커다란 공연장에서 공연하게 된다면 물론 감사한 일일 거예요 ― 하지만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태민 제 경우에는… SHINee는 이제 8년차가 됐어요. 저희는 (그룹으로서) 어느 정도 이뤘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혹은 밖에서 각자의 개인 커리어를 쌓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봐요. 예를 들면 어떤 멤버는 연기를 하기도 하고 어떤 멤버는 솔로 앨범을 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이 서로 보완하고 도와준다면, 저희 모두가 성장하게 될 거예요.


지금 당장, 뛰쳐 나가기 전에 ― 꿈의 컬래버레이션이 될 서구 아티스트를 한 명씩 꼽아주세요. 이미 죽은 사람도 괜찮아요.

(…)

종현 요즘 제가 펑크(funk)와 오래된 음악에 굉장히 빠져 있어서, 저는 James Brown요.[각주:5]


ⓒDAZED & CONFUSED: 글 Jakob Dorof, 통역 CJ Kim

  1. 고영배 “그런데 이 노래(Romance)가 저는 진짜로 근래 나온 어떤 가요의 어떤, 좀 새로운.”
    커피소년 “엄청 완성도가 높아요.”
    고영배 “네. 새로운 한 획을 그은 것 같아.”
    커피소년 “'한국의 EDM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나? 정말 세계적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고영배 “그러니까.”
    종현 “좋죠, 이 노래.”
    고영배 “네. 왜냐면 들으시는 분도 다 아시겠지만 화성적으로 이렇게 어려운 걸 이렇게 쉽게 들리게 하는 게 진짜, 그게 쉽지가 않거든요.”
    커피소년 “맞아요. 맞아요.”
    종현 “코드가 계속 바뀌는 게 정말 멋있지 않아요?”
    고영배 “조성이 계속 바뀌고 그러면서도 이 톤이 유지되면서.”
    커피소년 “어색하지 않죠.”
    2015년 6월 2일 푸른밤 [본문으로]
  2. =일정 마디를 기준으로 반복(loop) [본문으로]
  3. “오디션. 오디션에 대한 기억들, 가수들은 하나쯤은 다 갖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저 같은 경우에는 오디션을 재미로 봤거든요. 캐스팅이 된 후에 재미로 그냥 '한번 가보지, 뭐. 강남도 한번, 압구정 한번 가보자.' 이런 생각으로(웃음) 처음 회사를 찾아갔었는데, 저도 그때 불렀던 노래를 아직도 기억을 해요. Fly To The Sky 노래를 불렀었고, H.O.T. 노래도 몇 곡 불렀었고, 거기다가…. 그래요. R. Kelly의 I Believe I Can Fly를 녹음까지 했었어요, 저는. SM 녹음실에서. 그 곡으로 제가 회사를 들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 2014년 12월 14일 푸른밤 [본문으로]
  4. 솔로로서 첫 번째 미니 앨범 BASE의 활동을 마무리한 후, 앨범 성공의 기쁨은 충분히 만끽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비슷한 대답을 한 바 있다.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음원 차트 성적이나 1위 수상 같은 수치적 기록을 목표로 세우진 않았어요. 제 이름을 걸고 나왔지만 혼자 만든 것이 아니기에, 나의 음악을 지지해준 스태프들과 함게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나와서 더 기뻤어요. '우리 합이 잘 맞으니 앞으로 또 해봐요'라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2015년 6월 THE CELEBRITY [본문으로]
  5. 푸른밤 종현입니다에서 종현이 선곡하는 코너 <종현의 Freestyle>에서도 여러 번 James Brown의 곡을 추천하기도. 2015년 3월 28일 「음악 편식: 스윙 리듬」 편에서는 “I Feel Good으로도 많이 알고 계실 거예요. 이 곡은 James Brown의 노래를 모르시더라도 I Feel Good 빠라바라바라밤~ ♪(웃음) 이 부분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I Got You (I Feel Good)을 선곡, 2015년 4월 12일에는 “James Brown의 노래를 가져왔어요. Get Up Offa That Thing이라는 노래를 가져왔는데, 제가 얼마 전에 James Brown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아마도 Get On Up)를 보고 다시 한번 꽂히게 된 노래예요. (…) 저는 사실 Get Up이라는 노래를 추천하고 싶었는데 일단 이 곡을 골라왔습니다.”라며 Get Up Offa That Thing을 선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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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LTY PLEASURE

종현에게 굳이 길티 플레저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솔로 음반에 모든 답이 있으므로.


종현


20대의 반이 지났어요. 뭔가 달라졌나요?

1990년에 태어났으니까 딱 스물여섯 살이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느끼겠지만 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스무 살이 되면 큰 변화가 생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 스물다섯 살도 예상해본 적이 없었어요. 올해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니까 무언가 달라진 건 있어요.


그건 솔로 음반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이제 그럴 나이니까 솔로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평생 음악을 할 것이고 그러려면 솔로 음반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급한 마음이 조금도 없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음반을 냈어요. 3월에는 샤이니가 도쿄 돔에서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해요. 올해는 첫 경험이 많네요.


베이스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많은 악기 중에서 왜 베이스였나요?

중학교 2학년 때 막연하게 밴드부에 들고 싶었어요. 멋있어 보였으니까요. 그런데 1학년 때 이미 멤버가 갖춰진 상태라 베이스 자리만 남아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했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면 이어가지 못했을 거예요. 베이스는 아주 매력적인 악기예요. 화려하진 않지만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포지션이거든요. 베이스가 빠지면 음악이 얼마나 재미없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알 거예요.


밴드 이름이 궁금해지는데요.

시온(Zion)이에요. 저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가톨릭 학교여서 기독교식 이름이었어요. 자이언티(Zion.T) 형을 봤을 때 ‘어!’ 했죠.


그 무렵 어떤 아이였어요?

검도를 배웠어요. 어린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지금 하고 있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 뭔가 이루고 싶어했었죠. 어머니가 레코드 가게를 하셨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셨어요. 정작 피아노 학원에 보내면 저는 피아노로 먹고살 것도 아닌데 왜 학원에 보내냐고 따졌지만요. 검도 대회도 나가고, 선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밴드를 하고 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됐어요.


결심이 서게 만든 음악이 있나요?

주변이 모두 H.O.T 음악에 열광할 때였어요. 자연스럽게 인기 있는 음악을 자주 듣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고, 노래 따라 부르는 걸 좋아하게 되었어요. 중학생이 되면서 음악적 사춘기를 겪었어요. 뚜렷한 취향이 생기면서 음악을 찾아 듣게 된 거죠. 넵튠스, 다크 차일드, 베이비 페이스요. 제가 좋아했을 때는 전성기에서 5년 정도 지난 후라 유행의 파도가 잠잠해지고 정제된 핵심만 편리하게 들을 수 있었어요. 일렉트로닉, 디스코, 펑크 등 점점 장르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면서 자미로콰이나 티오피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 들었던 음악들이 아직도 저를 지배하고 있어요.


고스란히 종현의 음악을 만드는 일은 어땠나요?

오래 전에 썼던 곡들을 음반에 담았어요. 요즘 저의 감성이나 최근 1년간 썼던 곡들의 느낌과는 많이 달라요. 이 곡들은 나중에 보여드릴 수 있겠죠. 이번 음반에는 협업이 많았어요. 누군가와의 작업을 상상하면서 만든 부분이 실제로 곡을 만들면서 맞아떨어지는 것이 설어요. 그리고 다른 음악가들과 작업하면서 상상할 수 없었던 부분을 메우는 그분들의 능력에 감탄했고요.


타이틀 곡 ‘Crazy’에는 아이언의 랩이 들어가요. 의외의 선택으로 보였어요.

‘Crazy’는 회사에서 먼저 제안한 곡이에요. 저의 음악적 색깔보다는 대중이 들었을 때 즐거울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는 음악, 하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건 재미없잖아요. 예를 들어 캔이 있어요. 그 안의 내용물이 저예요. 겉 포장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내용물은 열어서 보여줘야 하잖아요.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를 생각했을 때 ‘Crazy’가 타이틀 곡으로 가장 적절했어요.


아이언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아이언이 그렇게 어린 줄 몰랐어요. 너무 잘해서요(웃음). 그냥 한번 녹음했는데 그걸 써도 될 정도였어요. 같은 곡을 두 번 부른 다음 겹쳐서 한 트랙을 만드는 걸 더블링이라고 해요. 랩은 더블링을 자주 사용하는데 아이언은 한 번에 한 거예요. 목소리가 일직선으로 하나만 나오는 게 멋있고 자신 있어 보였어요. 저도 아이언의 랩에 좋은 호흡을 맞추고 싶어서 애드리브로 멜로디를 짜면서 곡을 완성해나갔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제 곡을 돋보이게 하는 랩이 아닌 괜찮은 결과물을 만드는 거였어요. 어떤 작업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곡과 어울리지 않으면 아무리 멋져도 넣지 않을 작정이었어요.


자이언티와는 양복점에서 인연을 맺었다고요.

정말 좋아하는 음악가였는데, 단골 양복점이 같았고 우연히 마주쳤어요. 음악 이야기를 나누다가 막연하게 함께 작업하자는 약속을 했어요. 솔로 음반을 준비하면서 제안을 했고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셨어요. ‘Deja-Boo’는 원래 제가 부를 생각이 없었고 힙합 음악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만든 곡이에요.


휘성을 존경하는 음악가로 자주 꼽았었죠.

맞아요. 평소에 이야기도 많이 하고 커버 곡도 자주 불렀어요. 솔로 음반 제작이 결정되고 가장 먼저 달려가 작업하자고 졸랐어요. 막무가내였는데 흔쾌히 함께 작업해주셨어요.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할렐루야’를 만들었어요. 둘이 함께 만드는 노래라면 당연히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태어난 것도 행운이고 상대방이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곡이오. 휘성 형 노래 중에서 여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반영한 ‘너라는 명작’에 존경을 담아 오마주한 부분도 있어요. 버스(Verse) 부분에 ‘너라는 명작’이라는 가사가 들어가요. 이런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윤하의 목소리를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Love Belt’는 가사가 되게 무심해요. 미안함은 미안함인데 좀 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어요. 울자면 슬퍼지고, 너무 무심한 느낌으로 부르면 한없이 차가워지는 곡이었어요. 그래서 누가 불러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에픽하이의 ‘또 싸워’라는 곡을 통해 윤하 누나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무심하게 툭툭 발음하지만 숨소리에 담긴 감정은 포근하더라고요. 메시지를 보냈는데 바로 답장이 왔어요. 할렐루야를 외쳤죠! 만약에 윤하 누나가 부를 수 없었다면 이 곡은 아마 음반에서 빠졌을 거예요.[각주:1]


다른 음악가와 공동 작업을 했지만 자신만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었나요?

애초에 다른 음악가와 작업해서 음반을 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아니면 솔로 음반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회사가 제시한 콘셉트를 들었을 때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다면 차라리 유닛으로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어요. 회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제가 많은 방향에 참여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제 생각을 받아들여준 회사 덕분에 솔로 음반이 빨리 나올 수 있었어요. 한마디로 고집이에요. 그리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오.


예를 들자면요?

퍼즐 맞추듯 숨겨져 있는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게 재미있는 것들을 담아놨어요. 마블 코믹스 영화를 보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쿠키 영상 있잖아요. 본편이 끝나고 크레디트가 올라가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너스 영상이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쿠키 트랙을 만들었어요. 제목은 ‘포춘 쿠키’고, 집의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엎드린 자세로 녹음한 음성이 들어가 있어요. 이번 음반을 함축한 문장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음반으로 들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됐어요.

음반을 안 사면 들을 수 없는 트랙을 만들었는데, 노골적으로 음반을 사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인정하기 싫지만 음반 시장의 상황은 아주 안 좋아요. 음반 시장에 속해 있고,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고민하게 돼요. 안 될 걸 안다고 나마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싫어요.[각주:2] 누군가 쿠키 트랙 같은 조그마한 즐거움을 보고 음반을 샀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이런 작은 노력이 음반 시장의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음반이 나오면 누구에게 제일 먼저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랑 누나, 샤이니 멤버들이랑 음반에 참여한 분들이오. 너무 당연한 대답이죠? 그런데 이 사람들과 프로모션 관련해서가 아니면 음반을 잘 안 주는 편이에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더라도 사게 해요. 친구가 식당을 한다고 해서 매번 당연하게 밥 한 끼 달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청취자의 사연을 곡으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가 참 종현답다고 생각했어요.[각주:3]

개인적으로 언젠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였는데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 밤 종현입니다>와 연계되면서 폭이 넓어졌어요. 좋은 이야기꾼이 되어 사연을 보낸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재해석해서 그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곡을 쓰다 보니 확실한 공부가 되었고, 청취자에게 기념될 만한 걸 만들 수 있어 좋았어요.


결국 가사인 것 같아요.

제목을 짓고 곡을 만들어요. 제목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나열한 후에 구성을 맞춰요. 가사가 중점이 되니까 신기해하는 분들도 많은데, 가사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으면 곡을 만들지 못해요. 망상 하는 걸 좋아해서 재미있는 생각이 들면 꼭 메모장에 적어둬요. 로맨틱 영화 말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BASE>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춘 쿠키’의 ‘과자 속 종이에 뭐가 적혀 있었니’라는 한 줄이오. 포춘 쿠키를 깨기 전의 기대감, 깼을 때의 기분처럼 제 음반을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거든요.


책이나 영화도 많이 보나요?

시각이랑 청각이 예민하고 촉각이 제일 둔해요. 영화 보는 거 아주 좋아해요. 특히 애니메이션이오. 어린이들이 보기 편하도록 쉽고 친절하게 권선징악을 다루니까요. 전 착하면 흥하고 나쁘면 망하는 게 세상의 이치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더라도 애니메이션 속에서 나름의 동심과 이상을 지켜나가는 게 너무 좋아요. 다 큰 어른이 뭘 그런 걸 좋아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전 부끄럽지 않아요(웃음).


트위터에 감성적인 글이 웃음거리로 읽히지 않는 시대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쓴 걸 봤어요.

힘든 것도 좀 티 내고 행복한 걸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감성적이라고 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담담하게 얘기하면 쿨한 척한다고 비웃는 태도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사람마다 각자의 감정과 감성이 있는데 편을 가르면서 서로를 매도하는 싸움을 보는 것이 불편해요.


트위터의 종현은 친근하게 느껴져요.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방송이나 무대에서는 당연히 연예인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하지만, SNS에서까지 누군가의 마음에 들게만 행동해야 한다면 정말 슬플 거예요. 트위터에 쓰는 생각, 관심사가 가장 저와 가까워요.


새해 다짐 중에 지킨 것과 못 지킨 것이 있나요?

새해 다짐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뭔가를 다짐하면 멈추는 것 역시 다짐할 때가 많은 것 같아서요. 그런데 주위에서 하도 여행은 가보라고 해서 올해는 여행을 가볼까 생각 중이에요.[각주:4]


자신한테 덕담 한마디 해주세요.

즐겼으면 좋겠어요. 불가능한 상황이더라도 제발 즐겨서 더 좋아하게 되고, 아니면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을 유지했으면.


ⓒDAZED & CONFUSED: 포토그래퍼 LESS, 에디터 박의령, 헤어& 메이크업 김환, 스타일링 김윤미, 어시스턴트 백가경

  1. 타블로 “제가 인터뷰에서 종현 씨가 그렇게 얘기한 걸 보고, 그걸 보고 러브 벨트를 틀었어요. 진짜 나한테, 내가 만든 노래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그 느낌으로 만든 노래는 어떨까 하고 러브 벨트를 들었는데 제가 진짜 친구들한테 다 추천했잖아요.”
    종현 “아, 정말요?”
    타블로 “이 노래 너무 좋다고.”
    종현 “감사합니다.”
    타블로 “거기서는 더 무심하게 만들었더라고요.”
    종현 “윤하 누나가 만약에 이걸 안 불렀잖아요 피처링을 안 해주셨으면 이 노래는 세상에 못 나왔을 거예요.”
    타블로 “그냥 안 내? 아예?”
    종현 “안 냈을 거예요, 저도. 윤하 누나가 그냥 딱 맞았고, 너무 고마웠죠. 형한테도 너무 고맙네요. 이런 매력 있는 보이스를.”
    타블로 “아니, 내가 너무 고맙네요.” 2015년 2월 18일 꿈꾸라 [본문으로]
  2. “이야기 하지 않고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저 시간이 흘러가면서 사라지는 것들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니까, 사라져 가는 무언가를 안타까워 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면 막을 수는 없더라도 ― 나의 행동이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더라도 ― 어느 정도 나의 신념을 표출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5년 1월 12일 푸른밤 [본문으로]
  3. 푸른밤 작사 그 남자 작곡: 작사/작곡/노래 김종현 (음악 듣기, 가사와 관련 정보 & 인터뷰 모음) [본문으로]
  4. 그리고 약 9개월 후 “와, 정말 시간 빨라요. 벌써 9월 됐고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연초에 계획을 했었던 것 같은데……아, 여러 가지 계획도 아니었죠. 그때 '뭔가 계획하지 말자'라는 계획을 했었고 '그래도 여행은 다녀오자'라는 계획을 하나 했었는데 여행 못 갔어요. 네. 틀렸습니다, 전.” 2015년 9월 1일 푸른밤 [본문으로]

2010 01 종현 DAZED & CONFUSED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Stars Are SHINee Tonight (화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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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s Are SHINee Tonight

샤이니를 인터뷰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보낸 일곱 시간이 아이돌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오해를 부풀리다가, 어느 한순간 모조리 허물어뜨렸기 때문에.


'샤이니'의 다섯 멤버는 첫인상부터 너무나 흠 잡을 데가 없었다. 하루 24시간을 촘촘하게 쪼개서 엄청난 양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 촬영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곳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싹싹하게 인사를 했고. 일곱 시간에 걸쳐 온갖 까다로운 포즈를 요구했지만 싫은 기색 한번 보이지 않았다. 촬영으로 늦어진 저녁 식사를 배달시키려고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묻자 '아무거나, 주문하시기 편한 것'이라는 수더분한 대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무언가를 권하면 '괜찮아요'라고 사양하면서도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덧붙인다. 다섯 명 모두 감탄이 나올 만큼 행동이 반듯했다. 그래서 뭔가 불안했다. 사람들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야 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죠?"나 "수능은 잘 봤어요?"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키가 후리후리한 이 청년들이 실은 스무 살 언저리의 소년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지만. "우리 땐 안 저랬는데" 하며 어른답게 혀를 끌끌 찰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어쩌면 국어 교과서에서 쏙 뽑아낸 것처럼 착한 모법 답안으로 <데이즈드>의 지면을 메워야 할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시야가 흐려지고 호흡이 가빠졌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다섯 개의 인터뷰는 '아이돌은 철저한 매니지먼트로 조련한 연예 기획 상품'이라고 확신하던 한 음모론자가 보기 드물게 건조한 태도로 한 아이돌 그룹을 만난 이야기다. 샤이니라는 아이돌. 그 안에서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다섯 개의 빛나는 얼굴을 목격한 현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아이돌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필연적으로 아이돌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과 비범함이 거기 있었다.



종현


"100%의 내 진심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려면 말이 아닌, 어떤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를 음악으로 전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지난 몇 시간 동안 지켜봤는데, 당신은 무뚝뚝한 성격일 것 같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오늘은 어떤 날인가?

활동적인데 좀 시니컬한 날? (웃음)


이런. 인터뷰어에게는 쉽지 않은 날이다.

날씨나 상태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 당신이 인터뷰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가?

가수를 인터뷰 한다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음악이 당신에게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그건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의 마지막 질문이 아닌가. "아무개에게 음악이란?"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옳은 얘기다. 종현에게, 음악이란?

어, 이렇게 되니까 당황스러운걸? (웃음) 내게 음악은 이야기인 것 같다. 가사가 무엇이건, 곡의 분위기가 어떻건, 내가 표현하는 음악은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로 듣는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감동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부터 당신이 흥얼거리던 노래는, 흥미롭게도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발표된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였다. 옛날 노래를 좋아하나?

유재하의 노래는 전부 좋아한다. 푸른하늘의 '7년 간의 사랑'도 아주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악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요즘 들어 감성적인 음악을 많이 듣고 있는데, 그런 음악을 내가 좀 더 깊이 알게 되면 내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보컬리스트에게 꼭 필요하다는, 촉촉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모양이다.

그런가? (쑥스러운 웃음) 감정이 무뎌지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한다. 연습생 때는 슬픈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일부러 울기도 하고 그랬다.


오늘 촬영의 주제는 '그 누구의 조종도 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의지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아이돌'이었다. '사생활까지 철저하게 관리된다'는 흔한 생각을 전복시키자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고정관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성실할 수밖에 없다. 너무 좋으니까 다른 데로 눈을 돌리고 싶지 않은 거다. 말하자면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이 매일 화실에서 그림만 그리는 걸 보고 '멋있게 보이려고 이미지 관리하는 거다'라고 생각하는 게 오해인 것과 같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터뷰가 반가운 거고.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객관적인 사람. 그러니까 서로 다른 모든 사람들을 이해할 순 없지만, 적어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할 수는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모든 것에 공정한 태도 때문에 앞서 말했던 '빈틈 없이 관리된 이미지'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언행은 늘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전혀 의도치 않게 불필요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평소 하던 대로 '까칠한' 질문을 몇 개 쓰다가, 내가 잠시 샤이니의 수십 만 팬들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조용히 지웠으니까.

저런. (웃음) 우리는 연예인이다. 그리고 말했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얘기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니 더욱더 조심스럽게 말할 수밖에 없다.


실수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미리 조심하는게 훨씬 현명하다. 하지만 그런 장점이 오히려 당신을 정답만 말하는 재미 없는 인터뷰이로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겠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요즘 깨어있는 시간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뭔가?

작사. 내가 생각하는 시적인 표현은 머리가 아니라 실제로 겪은 일들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언젠가 슬픈 일 앞에서 '세상이 출렁인다'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일까 생각해봤다. 눈물이 고인 눈으로 바라볼 때 세상은 출렁이지 않을까? 글쓴이가 경험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글이다. 한 줄인데도 마음에 와 닿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SHINEE SHINES BRIGHT


20대 후반이 되면서 아이돌 그룹과는 멀어졌다. 술 취한 밤이면 노래방에서 '서른 즈음에'의 첫 소절을 눈물 바람으로 중얼거리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다섯 멤버의 평균 연령이 18세 정도인 그룹 샤이니의 화보를 진행하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의 이미지를 무턱대고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의 신곡 '링딩동'을 꼼꼼히 들어봤다. 그동안 멜로디만 기억하고 있던 노래의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직설적인 가사가 처음에는 좀 낯설었지만 내용인즉슨 사랑에 빠지는 순간 머릿속에 벨이 울린다는 것이었다. 한 번이라도 사랑에 미쳐 정신이 반쯤 나가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노래였다. 촬영 날 처음 마주한 그들은 저마다 노래 한 곡씩을 쉬지 않고 흥얼거리고 있었다. 어떤 노래기에 그렇게 열심히 부르냐고 물었더니 다음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게 될 곡이어서 연습중이라고 했다. 내가 십대일 때를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들이다. 바쁜 일정 중에도 촬영 내내 놀라운 집중력과 성실한 태도를 보여줬던 그들이 멋졌다. 스스로의 의지로 여기까지 온 그들을 표현하고자 했던 애초의 촬영 콘셉트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날 노래방에서 그들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DAZED & CONFUSED: 에디터 신윤영, 패션 에디터 노승효, 포토그래퍼 윤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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